이 글은 방대한 검은사막의 대륙을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들을 위한 글입니다. 고작 해봐야 게임인데 얼마나 넓겠냐구요? 시간은 상대적인 법이지요. 월요일을 앞둔 직장인이나 학생에게는 좀 더 명료한 안내서가 필요할 것입니다. 굳이 대륙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어떤 이야기인지 감을 잡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니까요. 그래서 저는 이 안내서를 적었습니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루하겠습니다만, 이 세계의 역사에 대해 먼저 언급하겠습니다. 최소한 당신이 저 흉측한 괴물들과 왜 몸부림을 쳐야하는지 과정쯤은 알아 두어야 여행할 보람이 있지 않을까요.



밑에 언급할 대부분의 내용은 여행가가 시작하기 이전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스포일러는 되도록 안넣는 주의로 했습니다. 클로즈 베타 게임인 만큼 조심해야죠. 



1. 검은 돌



검은사막의 세계관을 이해하려면 '검은 돌'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블랙스톤 또는 검은 돌이라 불리는 물건은 기술 발전의 원동력입니다. 영웅전설6의 도력이나 파이널 판타지7의 마테리아 등 여러 게임에 등장하는 혁신적인 자원과 비슷한 물건입니다. 



검은사막은 이 검은 돌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들은 검은 돌이라는 물건을 반드시 명심하고 계셔야 합니다. 이 세계를 관통하는 단어는 검은 돌이니까요.



그럼 검은 돌이 왜 그렇게나 중요한 물건인지 자세히 알아보도록 할까요?





검은 돌은 굉장한 자원이었습니다. 검은 돌 덕분에 이 세계는 엄청난 기술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현대의 석유처럼 말이죠.  자세한 쓰임새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검은돌은 무기를 강하게 하거나 귀중한 무역품이 되기도 합니다. 아마 무기를 강하게 하는 힘이 가장 큰 매력이었겠지요. 검은사막은 네 개의 진영이 정신없이 싸우고 견제하는 세계입니다. 더 좋은 무기는 승리에 가까워지는 길이죠.



검은 돌은 네 진영의 권력자들에게 모든 것이었습니다. 전쟁의 명분, 부의 원천, 전력 강화, 국력 상승의 도구. 여러분 앞에 모든 문제와 골칫거리를 해결해주는 마법의 물건이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비록 일회용이지만, 젠장. 그건 이웃집에도 있고 더 건너편 친구의 집에도 있어요. 독자 여러분이 한 번에 만족할거라 자신하지 마세요. 



심지어 써보지도 못했는데 이웃집에 그런 물건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면 여러분은 살인의 미숙함조차 잊은 채 흉기를 고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원본 크기로 보시려면 그림을 클릭하세요.


전쟁은 많은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기 위해 내놓는 생각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전쟁과 유용한 자원인 검은 돌이 만났으니 이건 모든 진영에게 있어 절호의 찬스였죠.



검은사막의 세계에서 끈적끈적하고 불쾌한 냄새를 동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합니다. 피를 담아서 말이죠. 그렇다고 검은 돌 발견 이전에는 화목하게 살았을까요? 



전혀!





2.검은 죽음과 검은 사막과 1차 원정

원본 크기로 보시려면 그림을 클릭하세요.

때는 235년입니다. 무려 여러분들이 활동하기 50년 전이죠. '흑사병'과 유사한 전염병이 서부 대륙을 휩쓸고 지나갑니다. 맨오른쪽에 보이시는 발렌시아는 서부대륙과 다르게 사막을 끼고 있는 지역입니다. 서부 사람들은 그 곳을 '검은 사막'이라 부르고 발렌시아 사람들은 '붉은 사막'이라 부르죠.


이 발렌시아를 오가던 상단이 전염병을 묻히고 서부 대륙에 오게 됩니다. 전염성이 짙어 쉽게 퍼지게 됩니다. 화살표는 단순해 보이지만 전역을 휩쓴 잔인한 전염병입니다. 



전쟁으로 죽은 사람 수보다 전염병으로 죽은 사람의 수가 몇 백배 더 많다는 어느 학자의 글이 생각나는군요. 



원본 크기로 보시려면 그림을 클릭하세요.



검게 살덩이가 썩어 들어가는 이 고약한 질병은 신분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왕, 귀족 불문없이 전염된 자는 전부 천민 촌으로 추방당합니다. 이 때 하층민들은 똑같이 죽어가는 상위 계급층을 보고 한 가지를 깨닫습니다.



위대하고 신성하며 고결한 그 분들도 결국은 썩어 문드러가는 육체를 가진 사람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시대의 수레바퀴는 이 때부터 급격하게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눈높이를 맞춘다는건 의식 변화의 시작입니다.



그리고 검은 죽음은 돌연 사라집니다. 네. 치료제가 등장하는게 아니라 돌연 사라집니다. 어쩌면 면역력이 증가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돌연' 사라졌다는 점은 눈여겨볼만 합니다. 비록 검은 죽음은 사라졌지만 하층민들은 예전과 달라졌습니다.



하지만 높은 분들은 괜히 그 자리에 있는게 아니라는걸 과시라도 하듯이 머리를 굴리기 시작합니다. 사제들은 종교가 다른 발렌시아가 흑결정을 연금한 검은 돌로 인해 재앙이 초래했다고 선동합니다.



검은사막의 세계는 중세 시대와 흡사한 배경입니다. 마녀가 있다고 난리치던 현실의 중세를 떠올리면 이 선동이 얼마나 그럴싸한지 잘 아실겁니다. 결국 서부 대륙의 왕들은 재앙을 막기위해 검은 사막을 차지한다고 결정합니다.



<흑결정 - 검은돌 - 검은사막> 마치 해처리 - 레어 - 하이브를 떠올리게 하는군요. 칼페온의 사제들이나 왕이 검은돌의 성능을 알고있었는지는 자세히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한건 칼페온의 사제들은 머리가 정말 좋다는 점입니다.


사제들의 선동이 기가 막힌 부분은 위의 검은돌 항목을 읽으셨다면 눈치채셨을 겁니다. 그들에게는 검은돌/흑결정이 필요했습니다. 만약 검은돌의 성능을 모르고 있었다 하더라도 내부의 분란을 잠재우기 위해 시선을 외부로 돌려야 하는 전환점이 반드시 필요했을 것입니다.


아무튼 검은돌의 성능을 알고 있었느냐는 둘째치고, 칼페온의 힘있는 계급층이었던 엘리언교 사제들이 검은사막을 차지해야된다고 거듭 주장하니 왕의 입장으로서 가만히 두는 것도 난감했죠.



다시 말해두지만 검은 죽음은 이 세계에서 역사상 가장 끔찍했던 전염병이었습니다. 추측이지만 흑사병과 유사하다면 아마 네 명중에 한명 꼴로 죽었을 겁니다. 여러분의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은 무조건 죽었다고 봐야죠. 그런 전염병이 옆나라 자원때문에 발생했다면 아무리 겁쟁이라도 저 개같은 발렌시아 놈들과 한 판 싸우고 싶어질 겁니다. 



그러나 발렌시아는 고의적으로 전염병을 퍼트린 것도 아니며 검은돌 때문에 검은 죽음이 발생한 것도 아닙니다. 이건 단지 두 대륙의 생물학, 지리적 차이에 따른 우연한 사고였습니다. 하지만 이미 서부의 분노는 발렌시아를 향해 있었습니다. 



이 점을 미루어보아 독자 여러분들은 교훈 하나를 얻으셨을 겁니다. 선동을 조심하세요. 이 선동때문에 대륙 전체에 전운이 감돌게 됩니다.



결국 발렌시아로 원정을 나서기 위해 연합이 결성됩니다. 연합이라고는 하지만 칼페온이 전력의 큰 부분을 차지했습니다.



이렇게 칼페온(연합)과 발렌시아의 전쟁이 시작된 것입니다. 무려 30년간 말입니다. 저는 편의상 이걸 1차 원정이라 부릅니다.





3. 칼페온 vs 발렌시아 vs 세렌디아(하이델) vs 메디아




자. 칼페온과 발렌시아의 전쟁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결과는 칼페온의 원정 실패입니다. 발렌시아의 전력이 강했냐구요? 아닙니다. 칼페온의 무기가 좀 부실하게 달그락거렸냐면 그것도 아닙니다. 현실의 십자군 전쟁과 비슷한 느낌의 이 전쟁은 우스운 결말을 맞이합니다. 아주 강한 모래폭풍이 전쟁을 중단시킨 것입니다.



원본 크기로 보시려면 그림을 클릭하세요.



어느 정도 강한 모래폭풍이었나면 지도를 바꿔버릴 정도였습니다. 밥 먹을 때마다 모래가 씹히는데 무기를 들 여력조차 없었겠지요.



얼마나 강력한 모래폭풍인지 이해하기 좋은 예가 하나 있습니다. 267년. 연합의 한 주축이었던 세렌디아(하이델)의 크루시오 도몬가트 왕은 2년간 절치부심해서 원정을 준비했습니다. 칼페온의 압력 때문에 하기싫은 전쟁을 해야하지만 이왕 하는거 칼페온보다 먼저 검은사막을 차지해 한 몫 챙겨보겠다는 속셈이었습니다. 발렌시아 세력과 대치 중에 그 놈의 모래폭풍이 양 진영을 덮쳤습니다.



결국 크루시오 왕은 입에 들어간 모래들을 퉤 뱉어내며 가까스로 살아남은 병사들과 씁쓸하게 하이델 성으로 귀환해야 했죠.



우여곡절이 많은 크루시오 왕입니다. 인상에서부터 노고를 많이 거쳤다는걸 알 수 있습니다. 자세한건 밑에서 더 다루겠습니다. 세렌디아는 가장 흥미로운 나라이며, 검은사막을 시작하는 여행가들에게 가장 친숙한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이 외에도 모래 폭풍은 몬스터들을 여러 지역으로 퍼지게 합니다. 지금 검은사막에서 볼 수 있는 몬스터들의 위치는 이 267년에 발생한 모래폭풍으로 자리잡게 된 것입니다. 대표적인 몬스터로 포건이 있습니다. 몬스터 뿐만 아니라 야만족들도 내륙으로 몰려 들었죠.



원본 크기로 보시려면 그림을 클릭하세요.



이렇게 서부 연합의 1차 원정은 실패로 끝이 납니다.



원본 크기로 보시려면 그림을 클릭하세요.


원본 크기로 보시려면 그림을 클릭하세요.


원본 크기로 보시려면 그림을 클릭하세요.




이렇게 연합의 주 세력이었던 칼페온과 세렌디아(하이델)가 울상 짓고 있을 때, 서부 대륙과 발렌시아의 중간에 있던 메디아는 덩실덩실 춤추고 있었습니다. 긴 전쟁으로 인해 상권이 급격하게 부흥했기 때문입니다. 6.25 전쟁의 일본을 상상하시면 됩니다. 비록 전쟁에 직접적인 개입은 하지 않았지만 메디아는 무기를 팔면서 많은 이득을 챙겼습니다. 게다가 메디아의 주변에는 많은 흑결정이 있었기 때문에 메디아는 어마어마한 발전을 이루게 됩니다.



중소도시에 불과했던 메디아가 돈, 과학, 병력, 자원. 모든걸 갖춘 강력한 국가로 부상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게다가 메디아는 발렌시아로 가는 길목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제 칼페온은 메디아도 무시못하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이 다음입니다. 다른 나라들은 메디아의 눈부신 발전에 의구심을 품게 됩니다.


원본 크기로 보시려면 그림을 클릭하세요.


도대체 저 발전을 어떻게 이룩하냐는 의구심은 메디아와 교역하는 칼페온 상단에 의해 밝혀집니다. 발전의 기초에는 흑결정이 있다는걸로 결론이 납니다. 소문은 칼페온과 세렌디아를 비롯하여 캐플란, 올비아 등 전역에 퍼집니다. 



1차 원정이 검은 죽음으로 인한 분노였다면 이제는 흑결정을 향한 욕망이 전쟁의 계기가 됩니다. 이성보다 원초적인 감성이 인간을 휘어잡는 안타까운 시대입니다.



원본 크기로 보시려면 그림을 클릭하세요.



가장 서쪽에 있기에 흑결정이 있는 검은사막과 많이 단절되어 있던 칼페온은 조급해지기 시작합니다. 다른 나라보다 뒤처지는걸 염려한 칼페온은 흑결정을 차지하기 위해 대대적인 전쟁을 발발시킵니다. 1차 원정이 분노로 싸웠다면 2차는 철저하게 흑결정을 탐하기 위한 전쟁입니다. 이제 연합은 없습니다.



이렇게 칼페온 vs 발렌시아 vs 세렌디아(하이델) vs 메디아의 구도가 형성됩니다.



호기로운 칼페온의 젊은 왕 가이 세릭은 나머지 세 나라 중 가장 만만한 나라를 먼저 지목합니다.



세렌디아. 나랑 함 뜨자!


4. 고통받는 세렌디아(하이델) 





세렌디아는  크루시오 트몬가트 왕이 지배하는 나라입니다. 하이델에 성이 있고, 여러 마을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렌디아는 대국 칼페온과 발렌시아 사이에 끼여있는 죄로 많은 고통을 받았습니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였지만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같은 서부 지역인 칼페온의 편에 서게 됩니다. 1차원정 연합에 함께하기도 했지요. 위에서 말한 크루시오 왕의 원정 실패는 강제된 것입니다.



애시당초 원정을 포기하려던 크루시오 왕이었지만 칼페온의 엘리언교 사제들이 가만히 두지 않았죠. 원정 중단은 교단의 권위에 흠집이 생기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동네방네 거짓말을 치며 선동했는데 이제와서 원정을 하지 않는다면 사제들의 의도를 거스르는 셈입니다. 절대 가만히 두고 볼 놈들이 아니죠.



기어코 사제들은 크루시오 대신에 말 잘듣는 다하드를 종용하려 듭니다. 일종의 협박인 셈이죠. '원정안나가면 딴 놈 왕 시킨다.' 칼페온이라는 대국과 전쟁을 하는건 비현실적인 일이었기 때문에 크루시오는 결국 원정에 나섭니다.



결과는 위에 말한 그대로입니다.



시간이 흘러 270년대가 되었습니다. 원정이 실패한건 260년대 중후반 무렵이죠. 크루시오는 그래도 1차원정을 나간 덕분에 왕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칼페온이 욕망을 이기지 못해 2차원정을 일으킵니다. 칼페온은 무시무시한 기세로 캐플란을 무혈점령하고 하이델까지 옵니다. 






위에서부터 암스트롱과 클리프입니다. 지금은 벨리아 마을 왼쪽의 서부 경비캠프에서 볼 수 있습니다. 쉽게 점령할줄 알았던 하이델은 이 두 명의 명장에 의해 가로막힙니다. 암스트롱은 칼페온 평원에서 넓게 진을 치고 칼페온 군을 맞이합니다. 그리고 클리프는 캐플란에서 칼페온의 군대와 맞서 싸웁니다.  


원본 크기로 보시려면 그림을 클릭하세요.



저렇게 세렌디아 방어선을 쳤지만 젊은 왕이었던 가이 세릭은 과감하게 300의 정예병을 데리고 하이델 성을 야습합니다. 이 전략이 유효했던 이유는 칼페온 군 정보력과 가이 세릭의 자신감 때문입니다. 세렌디아는 클리프와 암스트롱 이 두 명의 장군에게 너무 많이 기대고 있었기 때문에 본진인 하이델 성이 허술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가이 세릭은 그걸 알아채고 감시망을 뚫고 본진을 습격한 것입니다.



반대로 가이 세릭이 실패해서 죽었다면 칼페온은 전쟁에서 패해 무너졌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운은 칼페온을 따라 주었죠. 크루시오 왕이 가이 세릭에게 잡혀버리고 만 것입니다.



클리프는 뒤늦게 이 사실을 깨달았지만 하이델은 이미 불타고 있었습니다.



크루시오 왕은 가이 세릭에 의해 포로가 되어 감금당합니다. 왕이 감옥에 갇힌다는건 엄청난 굴욕이었을 겁니다. 비록 왕은 잡혔지만 세렌디아에게는 아직 두 명의 영웅. 클리프와 암스트롱이 전선에 버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크루시오 왕은 승패에 상관없이 많은 피를 흘릴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크루시오 왕의 마음은 조금씩 약해져 가고 있었습니다. 그 때 칼페온의 가이 세릭이 좋은 제안을 합니다. 사실 이 전쟁의 목적은 흑결정입니다. 굳이 세렌디아를 찍어누를 필요없이 검은사막이 있는 곳으로 향하면 됩니다. 그래서 가이 세릭은 '항복 문서'가 아닌 '조약서'를 크루시오에게 내밉니다.  



이렇게 크루시오 왕은 패배를 인정하며 굴욕적인 조건으로 조약서에 서명하게 됩니다. 이렇게 세렌디아의 흑결정은 칼페온의 손에 넘어가게 됩니다.



무고한 백성을 구하기 위한 크루시오 왕의 결단이었지만 백성들은 그를 비겁자라 우롱합니다. 



전쟁은 끝났습니다. 가이 세릭은 서른의 젊은 나이에 사망합니다. 지나친 독재를 펼쳐 그의 시종에게 독살당하고 말았죠. 영민하고 강한 왕이었지만 백성들의 마음을 사로 잡지는 못했습니다. 그리고 크루시오 왕은 늙었지만 아직 살아있습니다.



크루시오는 기회를 낚아챌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서부 캠프의 클리프를 불러 조약 폐기를 상의하죠. 이제 칼페온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때가 된겁니다. 그러자 수석 시종장 조르다인이 이 대화에 끼어듭니다. 건방진 참견이었지만 크루시오 왕과 클리프는 조르다인의 날카로운 지적에 감탄합니다. 




조르다인은 칼페온에 현재 구심점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칼페온은 현재 혼란스러우니 이 틈을 노려 공격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크루시오 왕은 오랫동안 나라를 지켜온 클리프의 말을 우선적으로 따라 상황을 지켜보기로 합니다.



안타깝게도 시간이 흐르자 칼페온은 더욱 강해진 결속력으로 돌아왔습니다. 독단을 펼치던 왕이 죽자 의회정이 등장했거든요. 이제 하층민, 귀족, 사제는 동등한 위치에 서게 되었습니다. 전통적인 봉건제도에서 벗어난 것입니다.



조르다인은 아마 답답해서 가슴을 쳤을 겁니다. 어릴적 칼페온과의 전쟁으로 많은 것을 잃은 그는 복수를 하고 싶은데 왕은 멍청하게 뜸들여서 기회를 놓쳤으니 말이죠. 그러나 조르다인은 여기서 한번 더 칼을 갈게 됩니다. 크루시오 왕에게



'칼페온은 5년 이내로 힘을 잃을 것입니다. 결국 돈이 칼페온을 흔들리게 할 것입니다.' 라고 말합니다. 칼페온의 힘이 빠지는 순간을 기다리다가 공세를 가하자는 작전이었죠. 결국 더 두고 보자는 말이었습니다.



이건 칼페온도 원하던 바였죠. 의회제도의 발족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에 안정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조르다인이 복수심에 눈이 멀어 실수를 합니다. 그는 세금을 올리자는 제안을 왕에게 하고 말았습니다.


원본 크기로 보시려면 그림을 클릭하세요.


세금을 올린지 2년만에 흉년이 겹쳐 농민들이 봉기를 일으킵니다. 먹을 것이 부족하자 화가 난건 인간 뿐만이 아니였습니다. 여러 괴물들과 야만족들도 흉포해졌지요. 농민들은 대화를 하자고 보낸 자신들의 대표격인 알룬디를 감금하는 상위 계급층을 보며 더욱 분노합니다.



그러나 농민들이 싸우면 쟁기랑 낫들고 싸우는게 고작이죠. 조르다인은 압도적인 힘으로 봉기를 진압합니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세금을 더 올려버리죠.



여기서 조르다인이 어떤 놈인지 대략 알 수 있습니다. 다 굶어죽어도 좋으니까 돈 많이 모아서 빨리 전력 강화해서 칼페온을 쳐야 한다. 이 생각 뿐입니다. 이러다가 골로 가버린 사람이 한 명 있었는데 아시겠습니까?



가이 세릭입니다.




전례를 보면 조르다인이 어떻게 될지 가늠하실 수 있을겁니다.



이렇게 세렌디아는 가이 세릭의 죽음으로 기회를 잡았습니다만 이것이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지나봐야 알 수 있을겁니다.



5. 의지의 탑 사건과 흑정령








자. 지루한 역사 시간은 끝났습니다. 이제 여행가들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이야기를 꺼내고자 합니다.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한 편의 동영상을 보셨을 겁니다. 하지만 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지 하나도 모를 겁니다. 



제가 이 안내서를 쓴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설정의 불친절한 설명 때문입니다. 어떤 언질도 해주지 않고 사건만을 이야기하니 여행가가 알아들을 턱이 없습니다.  이런. 걱정마세요. 여기까지 안내서를 읽어왔던 여러분들이라면 제가 이제부터 할 이야기가 너무나도 쉽게 이해되실 겁니다.



의지의 탑이란 고대에서 부터 검은돌을 이용해 빛을 내던 탑입니다. 흑결정을 연금해서 만든 검은 돌을 탑 가장 윗부분에 올려놓습니다. 여러가지 전설이 있습니다만 저도 이 의지의 탑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 정확히는 모릅니다. 하지만 굉장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건 알고 있습니다. 



제가 조심스레 추측해보는 겁니다만 이 의지의 탑은 전파탑입니다.





검은사막은 현실의 여러가지 사건과 배경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습니다. 영국 및 유럽이 연합하여 예루살렘을 공격했던 십자군 전쟁. 그리고 흑사병. 거듭된 하층민들의 반란과 르네상스 시대의 시작. 의회정의 출범. 그렇다면 이 검은 돌의 성능도 어디선가 아이디어를 가져왔을 것입니다. 



가장 추리하기 쉬운건 역시 '현자의 돌'입니다. 흑결정을 연금해서 검은돌을 만들었다 하니, 연금술을 끼워맞춰보면 쉽게 나오는 답입니다. 현자의 돌은 금속을 황금으로 바꾼다는 전설 속의 돌입니다. 핵심은 물건의 '성질'을 바꾼다는 점입니다. 



의지의 탑 사건 이후로 돌덩어리가 몬스터가 된다거나 (돌맨게) 검은돌을 이용해서 무기나 방어구가 더욱 강해지는 등 성질이 변화하는 점을 보면 현자의 돌로 유추할 수 있습니다. 이 검은 돌은 성질을 바꾸는 힘을 가지고 있으며 의지의 탑은 이 검은 돌을 광범위하게 전파시키는 용도인 것입니다.



물론 추측뿐입니다. 안내서답지 않군요. 죄송합니다. 독자 여러분.



고대에 마지막으로 작동되었던 의지의 탑이 가장 최근인 283년. 여행가들이 활동하기 2년전에 작동되었습니다. 임프,  오우거 같은 몬스터들이 모종의 힘에 지배당해 의지의 탑을 짓기 시작했으며 음흉한 사제들이 탑 상층부에서 의식을 치루었습니다. 



의지의 탑에 있는 태고의 돌(아마 검은 돌 중에서 가장 오래되거나 순수한 형태이지 않을까요)에서 검은 빛줄기가 나와 하늘로 치솟았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예기치 못한 사고가 벌어집니다. 태고의 돌이 결합되지 못하고 폭발해버린 것입니다. 그리고 세상이 뒤흔들렸습니다. 



원본 크기로 보시려면 그림을 클릭하세요.


여행가들이 선택할 수 있는 네 명의 캐릭터들은 의지의 탑 사건으로 천지가 개변할 때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여관에서 머물고 있었고 길거리를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의지의 탑이 폭발해 버립니다. 폭발해버린 태고의 돌의 마지막 조각이 주인공들이 있는 곳으로 튀어버립니다. 조각에 불과하지만 그것 역시 검은돌이라는 사실에는 다름없습니다. 의지의 탑 사건 이후로 이들은 기억을 잃은 채 벨리아 마을에서 깨어나게 됩니다.




다시 정리해 보겠습니다.



여행가(워리어, 자이언트, 소서러, 레인저) 모두는 한 마을에 있었다 -> 의지의 탑 사건이 일어났다 -> 엄청난 파동이 일어나 세상이 뒤흔들렸다. 검은돌이 주인공이 있는 곳으로 떨어졌다. -> 그리고 깨어났을 때 벨리아 마을이었다.



세 번째가 가장 중요합니다. 주인공은 세상이 뒤바뀐 뒤 깨어난겁니다. 검은 돌이 어떤 식으로 세계에 영향을 끼쳤는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주인공이 벨리아 마을에서 깨어나기 전과 후는 명백하게 다른 세계입니다. 


이 때 여행가 앞에 등장하는게 흑정령입니다.


워리어, 자이언트, 소서러, 레인저가 여행을 시작하는 계기는 이 의지의 탑 사건으로 인한 '세계의 변화'입니다. 기억을 잃고 흑정령을 만나 그의 속삭임을 듣게 됩니다. 


많은 상상을 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이 모험을 떠나는 이 세계가 완전히 다른 세계 (평행세계) 일수도 있으며 주인공은 세계 변화 이전의 주인공과 다른, 몸만 빌리고 영혼은 바뀐 새로운 인간일수도 있습니다. 진짜는 의지의 탑 사건 때 사라졌으며, 현재의 주인공은 가짜일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검은돌은 현자의 돌과 비슷하다고 말했습니다.



그 어마어마한 힘이 인간 혹은 세계를 새로 창조하거나 그 성질을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런. 너무 음모론적인 이야기가 되어버리고 말았군요.







흑정령은 여행가를 통해 점점 각성하면서 사람의 형태를 갖추어갑니다. 분명 세계의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겁니다. 현실은 여행가에게 아이템을 상납하는 기계... 이지만 스토리 상 흑정령 또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검은사막에서 독자 여러분. 즉, 여행가는 영웅이 아닙니다. 기억을 잃고 대륙을 해메는 사람에 불과합니다. 대부분의 NPC들도 육중한 괴물들을 해치우고 살아남은 베테랑인 여행가를 영웅 취급하지 않습니다. 좋은 설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모 대륙의 드래곤본보다는 드넓은 세계를 여행하기 좋은 입장이니까요. 



아무튼 이야기의 진행은 오로지 흑정령에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이 기억을 잃은 부분과 흑정령이 달라붙는건 밀접한 관련이 있을겁니다. 제가 아는 지식으로는 아직까지 흑정령이 어떠한 의도를 지녔는지. 무슨 목적으로 주인공에게 다가오는지 모르겠습니다. 무책임한 발언이지만 모르는건 모르니까요.



무책임한 발언을 한 번했으니 두 번은 어렵지 않겠지요. 이 부분은 독자 여러분에게 떠넘기겠습니다.



6. 마무리



한줄로 요약하자면 '흑정령과 흑결정과 검은돌과 검은사막과 검은죽음으로 인해 벌어지는 검은 이야기' 입니다. 이 세계는 결코 밝지 않습니다. 기나긴 전쟁. 전염병과 모래폭풍이라는 재해. 새로운 자원의 발견으로 인해 발생하는 부. 그리고 탐욕. 굉장히 암울한 세계입니다. 



아이러니한건 이 너무나도 암울한 세계에서 일어난 사건들의 모티브가 대부분 현실의 역사 속에서 벌어진 일들이라는 겁니다. 검은사막의 제작진들은 중세의 암흑기를 여행가들의 눈앞에 보여주고 싶었던 걸지도 모릅니다. 



긴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스토리보다 게임 그 자체에 대해서 안내하겠습니다. 모두 좋은 여행 되기를!



*이 글의 작성자는 어떠한 상업적 의도가 없음을 밝힙니다. 그림은 검은사막 홈페이지에서 인용했습니다.

  스크린샷은 검은사막 로고가 붙은 것과 흑정령의 4번째 모습을 제외하고 직접 찍었습니다.



* 추가 : 벨리아 마을은 세렌디아 소속이 아니라 밑의 이미지에서 보다시피 발레노스 소속입니다. 게임 내에서 세렌디아의 두 영웅인 클리프와 암스트롱이 발레노스의 서부 경비캠프에 위치 해 있어서 벨리아 까지는 세렌디아 영토인 것으로 착각했습니다. Yossarian님 지적 감사합니다.


그리고 발레노스는 국력이 약한 탓인지 언급이 적습니다. 왠만하면 하이델에 묻어가는 분위기입니다. 그래서 대륙의 진영을 칼페온vs세렌디아vs메디아vs발렌시아로 나누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