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지난날을 뼈저리게 뉘우치고 저의 울분 때문에 아깝게 희생되어버린 그분들의 영령을 위로하며 삼가 명복을 빈다 나의 죄는 죽어 마땅하리다 미친 정신병자의 개소리라 해도 좋고 빗나간 영웅심의 궤변이라 해도 좋다 하오나 다음에는 이 같은 불상사가 되풀이되지 않는다면 죽어가는 몸으로서 그 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 방 한 칸 의지할 데가 없어서 남의 집 변소를 들여다보지 않고 남의 집 처마 밑을 들여다보지 않으신 분들이라면 지금 말씀드리는 나의 고충 조금이라도 이해하시기 어려우시리라 나는 돼지 움막보다 못한 보잘것없는 집이지만 짓지 않으면 안 되었다 세상에 돈 많고 부유한 사람만이 국민이고 죄 없이 가난에 떨어야 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이 나라의 국민이 아니란 말인가? 허물어진 담장을 부여잡고 울부짖는 그들을 타오르는 불길속에 발을 동동 구르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안타까이 허둥대는 그들을 보라 불쌍하지도 가엾지도 않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