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통계의 부실함은 또래 집단의 사이버 불링으로 지난해 9월 스스로 생을 마감한 장혜린(가명·16)양 사례(관련기사 ☞법원, 죽은 혜린이 아닌 가해자들 감쌌다... 형사처벌 면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혜린이가 집단 괴롭힘과 학교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숨진 게 명백한데도, 교육부 통계상으론 원인 미상으로 분류돼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 교사가 일주일 이내에 교육청에 보고하는 게 원칙이다. 원인을 완벽하게 파악하지 못해 일단 '원인 미상'으로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한번 '원인 미상'으로 보고되면, 이후에 원인이 밝혀져도 반영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혜린이가 생을 마감한 뒤 가해 학생들이 수사기관 조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진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교육부 통계상으론 '원인 미상'으로 기록돼 있다.
지난해뿐 아니라 최근 5년간 통계를 살펴봐도 '학교폭력·집단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올해 6월만 해도 강원 양구군에서 사이버 폭력 및 집단 따돌림을 당한 고교 1학년이 숨졌고, 광주에선 동급생 11명에게 1년 6개월 동안 집단폭행을 당한 고교 3학년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교육부 통계가 전혀 현실성이 없다는 점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학생들의 안타까운 희생을 막고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선 교육부가 자살 원인을 명확히 파악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며 "교육부의 방임이 학생들의 죽음으로 이어진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